[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박근혜 대통령을 ‘귀태(鬼胎)의 후손’으로 비하해 논란을 일으킨 민주당 내부에서 “지난 18대 대선 무효를 주장하는 세력이 늘어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 제기됐다.
국정원(국가정보원) 정국에서 새누리당과 국정원, 국방부의 삼각 커넥션 의혹이 제기되면서 지난 주말(1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 2만여명(집회 측 추산)이 참가한 가운데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가 열린 터라 민주당의 박근혜 정부 정통성 시비 발언이 민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발언은 친노(親盧)의 좌장격인 이해찬 민주당 의원 입을 통해 나왔다.
이 의원은 지난 14일 홍익대 세종캠퍼스 국제연수원에서 열린 ‘정치공작 규탄 및 국정원 개혁 촉구 충청권 당원 보고 대회’에서 “4·19 혁명이 난 뒤 자유당 내무부 장관 최인기 장관은 부정선거 혐의로 교수형을 당했다”면서 “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과 경찰이 그에 못지않은 부정선거를 했는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아무런 말이 없다”고 힐난했다.
이어 “국정원은 97년 대선 때도 ‘북풍’을 일으켜 선거에 개입했고, 이번에도 선거에 또 개입했다”고 이같이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옛날 중앙정보부를 누가 만들었나. 박정희가 누구이고 누구한테 죽었나”라며 “박씨 집안은 안기부, 정보부와 그렇게 인연이 질긴가. 이제 (질긴 악연을) 끊어 달라”고 박 대통령을 압박했다.
“국정원 비호하면 당선무효 주장 세력 늘어가게 될 것”
특히 이 의원은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자꾸 비호하고 거짓말하면 오히려 갈수록 당선무효까지 주장할 수 있는 세력이 자꾸 늘어가게 되는 것”이라며 “(정부의) 정통성을 유지하려면 그 악연을 끊어 달라”고 거듭 국정원 개혁을 주장했다.
김한길 대표도 이 자리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를 언급하며 “민주정부 10년 동안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바로 세웠던 민주주의가 이명박 정부 5년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가세했다.
김 대표는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국정원이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고 선거 때만이 아니라 정치공작, 정치사찰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마당에 어떻게 민생에만 치중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대여공세 강화를 예고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에게 묻는다. 국정원과 군을 동원하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식’ 국정운영인가. 아니면 대통령의 직속기관인 국정원과 대통령이 통수권자인 군이 대통령의 통제 밖에서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것인가”라며 “전자라면 시대의 퇴행이고 후자라면 대통령이 통제권을 상실한 비상상황으로밖에 볼 수 없다. 어느 쪽이든 참으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김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제는 박 대통령이 사과해야 할 차례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정통성 시비는 용납할 수 없다고 하지만 정통성은 스스로 주장한다고 해서 확보되는 게 아니”라며 “국민의 입을 틀어막아 되는 것도 아니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으로부터 도움 받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왜 떳떳하게 말하지 않느냐”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자 청와대는 발끈하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일부 기자들과 만나 이 의원의 발언 등 민주당 내부에서 제기되는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 시비와 관련해 “국민의 뇌리에 많이 남아있는 자리에서 활동해 온 사람들은 끝까지 말을 좀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챙기고 일자리를 만들고 외교적으로 국격을 높이고 국민의 자존심을 높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대통령이 아닌 돌아가신 분과 자꾸 싸우려는 모습들이 좀 안타깝다”고 이같이 말했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도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이와 관련해 “대선 패배 책임을 밖으로 돌리려는 것”이라며 “이 의원은 대선 (때 당)대표였고, 친노 세력의 수장인데 대선을 지고 나서 생각해보니까 책임을 누군가에서 돌려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에 대해서도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것 자체는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라며 “사실 국정원을 이용하려고 했던 쪽은 민주당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이 ‘국정원 여직원 감금’ 사건과 관련해 민주당 측의 감금 혐의가 인정된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검찰 측은 민주당이 국정원 여직원 오피스텔에 경찰 등과 함께 있었던 시점까지는 합법적인 행위였지만, 경찰 등이 ‘강제 압수수색 불가’ 입장을 밝힌 뒤 돌아간 직후부턴 불법의 영역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국정원 여직원 감금 의혹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여야는 이날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자료일체 등에 대한 예비열람을 실시, NLL(서해 북방한계선) 정국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도 관심사다.
여야 열람위원 10명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국회 운영회의실에서 상견례를 한 뒤 오후 경기도 성남 국가기록원에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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