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국정원 개혁 무마에 ‘총동원령’ 내렸나
박근혜 정부, 국정원 개혁 무마에 ‘총동원령’ 내렸나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07.1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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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국정원에 이어 국방부, NLL 논란에 기름…삼각동맹 실체 급부상

▲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Newsis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국정원이 본분을 망각하고 대한민국의 국정체계와 헌정체계에 심각한 도발을 했다. (마치) 고삐 풀린 도사견이 길거리를 활보하는 상황이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가 11일 국가정보원(국정원)이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휴전선 포기”라고 규정한 것과 관련해 한 말이다.

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열람 논란으로 여야 대치가 장기화된 가운데 새누리당과 국정원-국방부가 NLL 논란에 기름을 부어버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원 ‘셀프 개혁’ 논란에 이어 정부당국과 정부여당이 총동원돼 NLL 전면전을 선포하는 모양새다. ‘초록은 동색이고 유유상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새누리당과 국정원, 국방부 간  삼각동맹의 노림수가 박근혜 정부와의 커넥션 덮기에 있든 ‘남재준(국정원장) 구하기’에 있든 노 대표 말처럼 마치 ‘고삐 풀린 도사견’ 같다는 비판이 나온다.

장면 하나) 전날(10일) 국정원은 “자체 TF(태스크포스)에서 제2의 개혁을 할 것”이라며 자체개혁 방안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냈다. 대내외 전문가의 자문과 공청회를 통해 개혁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국정원은 남북정상회담 공개·열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요지는 국정원이 보유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공공기록물’이며 “회의록 어디에도 ‘NLL을 기준으로 한 등거리·등면적에 해당하는 구역을 공동어로구역으로 한다’는 언급은 없었다는 것. 그러면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구상은 “휴전선 포기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장면 둘) 하루 뒤인 이날엔 국방부가 나섰다. 국방부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에서 노 전 대통령이 언급한 남북공동어로구역과 관련, “NLL 밑으로 우리가 관할하는 수역에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는 것은 NLL을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가세했다.

장면 셋)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주장한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은 같은 날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으로 본 북방한계선>이란 제목의 소책자를 펴냈다. “노 전 대통령이 NLL과 북한이 주장한 해상경계선(조선 서해 해상군사분계선) 사이의 수역에서 군대를 철수하는 데 동의, NLL 이남 해역의 영토주권을 포기한 사실이 확인됐다.”

한발 비켜서 있는 朴대통령, NLL 재점화 ‘자충수’ 되나

박 대통령의 국정원 ‘셀프 개혁’ 주문(지난 8일)을 시작으로, ‘새누리당 정문헌-이철우 의원의 국조특위 위원 사퇴(9일)→새누리당 내부에서 국정원 국내정치 파트 폐지 반대기류 감지’ 등 일련의 상황을 연출한 후 국정원과 국방부, 새누리당이 하루걸러 NLL 논란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8∼9일 이틀 연속 ‘국가 사이버안보 종합대책’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국정원의 기습 공격을 시작으로 촉발된 국방부, 새누리당이 모종의 삼각 커넥션 중심에 NLL, 즉 색깔론 맥락이 잡힌다는 점이다.

 

▲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지난달 25일 오전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을 공개한 것에 대한 적법성 여부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고 있다.@Newsis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의 공동어로수역 등 NLL 구상과 관련해 “휴전선 포기나 마찬가지다.(국정원)”, “NLL을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국방부)”, “NLL 이남 해역의 영토주권 포기다.(정 의원)” 등 자극적인 해석을 곁들었다.

워딩(말)의 표현만 다를 뿐 사실상 동일한 의미다.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영토주권을 포기했다는 것. 이것을 ‘휴전선 포기’, ‘영토주권 포기’라는 말로 대체했을 뿐이다.

박근혜 정부가 ‘NLL=영토’ 논리를 앞세워 해방 이래 지속된 반북(反北) 심리에 불을 지폈다는 비판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지난해 2010년 6.2 지방선거 때부터 천안함 등 신(新) 북풍이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자 대신 국민정서에 남아있는 반북기조를 국면전환에 쓰고 있다는 얘기다.

첫 번째 문제점.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 위반 혐의다. 국가최고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지난해 대선 개입도 모자라 범야권에 전면전을 선포한 것은 현행법상 금지된 정치개입 행위라는 것이다. 정무기관이 아닌 국정원이 NLL 해석 논란에 가세, ‘월권행위’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국정원 행위와 관련해 “심각한 문제로, 왜 국정원이 무리수를 두는지 모르겠다”면서 NLL을 정치쟁점화하는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두 번째, 국정원의 성명서 내용을 둘러싼 진실 여부다. 국정원은 ‘휴전선 포기’의 근거로 “회의록 내용은 남북 정상이 수차례에 걸쳐 소위 ‘서해해상군사경계선’ 사이 수역에서 쌍방 군대를 철수시키고 (중략) 공동어로구역으로 한다”는 부분을 들었다. 앞서 새누리당 정문헌-서상기 의원 등이 주장한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국정원이 기습 공개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 17∼18P를 보면, 이는 노 전 대통령이 아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발언이다. 노 전 대통령은 “(국민) 여론의 반대가 높아 NLL을 건드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간 문재인 민주당 의원 등은 “노 전 대통령의 구상은 NLL은 손대지 않고 NLL을 기선으로 해서 남북으로 등거리 또는 등면적 수역을 공동어로구역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국정원은 국가의 이익보다 ‘보수정권의 안위’나 ‘자체 조직’을 우선시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국정원이 그간 북한이 주장한 ‘NLL 포기’ 주장에 동조하는, 묘한 상황을 연출해서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전날(10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정원이 ‘NLL 포기가 맞다’고 공식화함으로써 북한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사실상의 이적행위를 해버렸다”고 꼬집었다.

박 대통령의 국정원 힘 실어주기와 그간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기습적인 공세로 전환한 국정원과 국방부의 월권행위 등이 맞물리면서 박근혜 정부의 삼각 커넥션 의혹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문재인 민주당은 의원은 이날 <김장수 실장님, 김관진 장관님, 윤병세 장관님 진실을 말해 주십시오>라는 성명을 내고 “어리석은 상황을 당장 끝낼 수 있는 쉬운 방법이 있다”면서 “박근혜 정부에는 참여정부의 정상회담에 관여한 인사들이 있다”고 이들에게 진실을 말해달라고 촉구했다.

“김장수 안보실장님, 사실이지 않습니까. 노 대통령 앞에서 등면적 공동어로구역을 표시한 지도까지 준비해 와서 직접 보고했으므로 기억이 생생하지 않습니까. 윤병세 당시 안보정책수석은 저와 함께 회담 전후의 모든 회의에 빠짐없이 참석, NLL의 진실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윤 장관님,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 문제에 침묵해 온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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