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최신형 기지] 심상치 않다. 흐름이 그렇다. 국가정보원(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와 NLL(서해 북방한계선) 논란으로 촉발된 국가정보기관의 개혁 논의가 ‘이상한 방향’으로 튈 조짐이 보인다.
그 이상한 방향의 정체는 대북심리를 이용한 반북(反北) 기조다. 전쟁과 남북대치 상황 등으로 보수가 압도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인 한국 정치에서 보수진영의 심리를 꿰뚫어 정치적 난관을 극복하는, 이른바 ‘매카시즘’ 전략이다.
전날(8일) 국정원 개혁론과 관련해 “대북 정보기능 강화와 사이버테러 대응 등 안보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며 국정원 측에 자체 내부개혁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9일 또다시 ‘국가 사이버안보 종합대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박 대통령의 발언이다. “지난 3월 20일 방송사와 금융기관 사이버테러에 이어 6월 25일 정부기관과 언론사를 대상으로 사이버테러가 다시 발생했다. 특히 이번에는 청와대 홈페이지까지 변조됐는데 매우 심각한 사태다.”
이어 “사이버안보 문제는 정부 및 공공기관에도 위협이 되지만, 국민 생활에도 직접적인 불편을 주고 금전적 피해까지 발생하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국가 핵심 기간시설 마비를 비롯한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항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범정부 차원에서 마련한 ‘국가 사이버안보 종합대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지난 4일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이 대책은 청와대가 민·관·군을 아우르는 국가 사이버안보 콘트롤타워를 맡고 국정원이 관련 실무를 총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그간 ‘공공기관은 국정원’, ‘민간 부분은 미래창조과학부’로 이분화된 것에서 벗어나 국정원이 사실상 민·관·군의 사이버정보를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뒤엔 청와대가 있다. 국정원이 청와대를 등에 업고 민간 부분의 정보수집까지 ‘거침없이 하이킥’ 할 준비를 마친 셈이다.
朴대통령, 국정원 개혁 의지 ‘있나 없나’
배치된다. ‘국가 사이버안보 종합대책’으로 위상 강화가 불 보듯 뻔한 국정원의 운영방향은 박 대통령이 피력한 국정원 개혁과 맞지 않다. 현재 국정원 문제는 과거 ‘국내 파트’를 앞세워 대공 업무를 한다는 빌미로 국내 정치에 수시로 개입한 ‘악행’을 근절하는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국가 사이버안보 종합대책’은 어떤가. 청와대가 사이버안보의 컨트롤타워를 맡지만 실무총괄은 국정원이 담당한다. 국정원의 위상 강화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전날(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정원에 ‘셀프 개혁’을 주문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또한 모순된다. 국정원 사태는 대북심리전을 담당하는 국가정보기관이 누리꾼들이 쉽게 드나드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전방위로 가입, 여론공작은 물론 관련 정보를 수집한 데 있다.
‘국가 사이버안보 종합대책’에 따르면, 국정원은 ‘위협정보 공유’ 원칙에 따라 군과 경찰청, 미래창조과학부 등이 수집한 자료를 ‘언제든지’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국정원은 민간기업으로부터 갖가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국정원이 사이버안보를 앞세워 특정 민간 사이트에 저장돼 있는 ‘개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국정원이 국가를 위해서만 일하고 권력을 남용하지 않도록 바꿀 것은 바꿔야 한다.”, “국내외적으로 안보 정보환경이 변화하는 흐름에 맞춰 국정원을 재설계해야 한다.” 누구의 말일까.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맡았던 지난 2005년 7월 당 최고위원회 등에서 한 발언이다.
과거 발언을 명백히 뒤집었다. 이쯤 되면 ‘유체이탈’ 정부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 측에 ‘셀프 개혁’을 주문하면서 유체이탈 화법을 선사한 데 이어 진단과 처방이 반대로 가는, 유체이탈 정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하나의 정황이 그려진다. 범야권의 국정원 개혁 요구에 ‘셀프 개혁’으로 답하면서 실제 정책은 국정원의 정보수집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개, 사실상 국정원을 장악하는 그림 말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로 궁지에 몰린 박근혜 정부가 사이버안보의 중요성을 앞세워 반북심리를 이용, 자기 방어와 동시에 국정원 개혁 물 타기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이런 맥락에서 제기된다.
아직까진 ‘정황’에 그친다. 다만 하나의 흐름은 감지된다. 국정원 개혁에 소극적인 흐름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한 야권 관계자는 전날 기자와 통화에서 “국정원 게이트에 대한 정부여당의 상황인식이 놀랍다”고 꼬집었다.
이쯤 되면 국정원 사태에 대한 ‘모르쇠’보다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정원 사태 무마를 위해 NLL의 정략적 이용도 모자라 ‘도둑에게 범죄예방 규칙 제정’을 주문하고 도둑의 활동반경을 넓여준 꼴이 된다. 국정원 위상 강화가 이번 사태의 종착역인가.
국정원 사태 해결은 박근혜 정부와의 커넥션 의혹에 있는 남재준 현 국정원장의 해임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게 민심의 요구다. 도둑 혐의를 입은 국정원 내부 뿌리부터 잘라내고 국내정치 파트 해체를 통해 국정원의 시스템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대화록 불법유출로 인해서 지난번 대선이 대단히 불공정하게 치러진 점, 그리고 그 혜택을 박근혜 대통령이 받았고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 악용하기도 했던 그런 점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이 없었다. 대화록 불법 유출 공개로 덮어왔던 남재준 원장에게 ‘스스로 개혁방안을 마련해달라’ 이렇게 당부한다는 것은 국정원 개혁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문재인 민주당 의원의 이날 부산시당 상무위원회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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