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몰린 박근혜 정부, NLL로 돌파? ‘승부수냐 자충수냐’
궁지몰린 박근혜 정부, NLL로 돌파? ‘승부수냐 자충수냐’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06.2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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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사면초가 새누리, 민주 헛발질에 ‘색깔론’ 업고 정면돌파 시도

▲ 지난달 3월 25일 오전 충남 태안반도 서방 격렬비열도 서쪽 해상에서 해군2함대 기동훈련이 열린 가운데 초계함이 북한이 NLL을 침범했을 경우를 가상해 폭뢰 투하 훈련을 하고 있다.@뉴시스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국가정보원(국정원) 대선 개입 파문이 NLL(서해 북방한계선) 논란으로….’

휘발유성 의제와 블랙홀이 만났다. 대학가의 시국선언을 불러온 국정원 사태가 NLL 진실공방으로 옮겨붙었다.

초유의 국정원 대선 개입 파문으로 궁지에 몰린 정부여당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NLL(서해 북방한계선) 포기 발언을 확인했다며 정면돌파를 시도하고 나섰다.  대대적인 국면전환에 나선 셈이다.

새누리당은 “노 전 대통령이 국민을 배신했다”며 총공세에 돌입했고, 민주당은 “국정원 사태의 물타기”라고 맞받아쳤다.

NLL 이슈는 국정원의 사태로 박근혜 정부의 정당성과 정통성 시비에 불 붙기 시작할 때 쯤 민주당의 헛발질을 새누리당이 놓치지 않고 틈새를 치고 나가면서 시작됐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7일 국회 법사위원회 업무보고가 이뤄진 전체회의에서 비롯됐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NLL 포기 논란은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짠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각한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도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것을 주장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당 내부에선 박 의원의 발언을 놓고 “너무 앞서 갔다”라는 비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다음날인 18일 박 의원 주장을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로 규정하며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이어 박 의원과 국정원 대선 개입 커넥션 의혹을 놓고 한차례 맞붙은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이 정 의원의 바통을 이어받고 전날(20일) 여당 소속 정보위원들과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담긴 ‘남북정상회담’ 발췌본을 단독 열람했다.

자신이 발의한 사이버테러방지법 심의를 선결조건으로 요구하면서 국정원 사태 주무 상임위인 ‘정보위’ 개회를 3개월째 거부하고 있는 서 의원은 21일 <에브리뉴스>와 통화에서 이와 관련, “노 전 대통령은 NLL이 영토선이고 젊은이들의 목숨과 바꾼 것이라는 개념이 없다”고 맹비난한 뒤 진실 여부와 관련해 “의원직 사퇴 (정도가) 아니라 내 목숨이라도 건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에 신경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 NLL로 (국정원) 국정조사를 덮으려 하고 있다. 이는 절차적 불법”이라며 “서 위원장을 공공기록물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국정원 대선 개입 국정조사로 극한 대립을 펼치던 여야는 ‘NLL 진실공방’으로 루비콘 강을 건넜다.

새누리 NLL 공세는 ‘색깔론’…靑-국정원 커넥션 의혹 또 불거져

새누리당에선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 논란을 두고 ‘굴종’ ‘배신’ 등의 단어를 써가며 비난전에 나섰다. 사실상 배수진을 친 셈이다. 

다만 국정원 대선 개입 논란이 수그러들지, NLL 논란이 여당에 유리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NLL 논란 등이 여권에 불리한 이슈라기보다는 그만큼 정국전망을 하기 어려워서다.

실제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NLL 이슈를 점화하자 보수진영이 급속히 결집했다. 남북 대치라는 현실에서 색깔론을 등에 업은 북한발(發) 이슈는 보수진영의 반북(反北) 심리를 자극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 한 관계자도 기자와 통화에서 “NLL 논란으로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율이 3∼5% 정도 빠졌다”고 말했다. 이는 대선 이후 발간한 민주당 대선평가보고서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하나로 모아진다. 국정원 파문으로 궁지에 몰린 새누리당이 사태 수습을 위해 ‘색깔론’을 들고 국면전환에 나섰다는 분석 말이다.

 

▲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을 비롯한 조명철, 조원진 새누리당 위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 대화록 열람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대선 전인 지난해 10월 NLL 논란이 제기됐을 때 국정원은 ‘비공개’ 태도를 견지했다. 당시에도 새누리당은 서 위원장을 비롯해 정보위 소속 의원들이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2007년 ‘노무현-김정일’ 남북정상회담 회담록을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원 원장은 ‘법 위반’ 논란과 대선에 미칠 파장 등을 고려해 끝내 거부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NLL 발언록이 공개됐다. 여기서 문제점 하나, ‘대통령 기록물법 위반’ 논란. 둘, ‘여야 미합의’ 논란.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선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이 담긴 문서가 ‘대통령기록물’인지 ‘공공기록물’인지 해석 논쟁이 불가피하다. 서 위원장은 국정원에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37조 제3항을 근거로 들어 열람을 요구했다. 이 조항은 ‘제한적 열람’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발언록을 대통령기록물로 판단한다면, ‘국회 재적 2/3 이상’의 의결 요건이나 ‘관할 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영장 없이’ 여당이 단독으로 열람할 수 없다. 새누리당이 불법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월 이 문서를 공공기록물로 판단한 바 있다. 다만 서 위원장이 열람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일부 사실을 누설, 이 문제 또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이것이 공공기록물이라고 하더라도 여야 합의 없이 단독 열람 후 기자회견을 통해 일부 사실을 언론에 흘린 것 자체가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 위원장은 정보위 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실 보좌관에게 연락했지만, 정 의원 측은 “보좌관에게 연락한 것이 여야 합의냐”라며 “(여야 합의는)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변하지 않는 사실 하나는 국정원이 여야 합의도 거치지 않는 새누리당의 요구에 손을 들어줬다는 점이다.

민주당 내부에서 NLL 논란을 ‘제2의 국기문란’ 사건으로 규정짓는 이유다. 국정원 대선 개입 파문이 보수정권의 연장을 위한 ‘국정원→MB정부와 박근혜 캠프→검찰·경찰’로 이어지는 정치공작이었다면, NLL 논란은 사태 무마를 위해 국정원과 청와대·새누리당이 맺은 삼각동맹이라는 얘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정원이 광범위하게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면서 “(국정원) 국정조사를 하지 않기 위한 무리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NLL을 전면에 들고 나온 정부여당의 국면전환이 ‘승부수가 될지, 자충수가 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편 청와대는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록 논란에 박근혜 정부 개입설이 불거지는 것과 관련, “발췌록 공개는 우리가 허락할 일이 아니”라면서 논란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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