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남북이 기습제안과 역제안을 거듭한 끝에 9일 오전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남북 장관급 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에 돌입,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빛을 발하게 될지 주목된다.
북한의 핵 보유와 군사적 도발은 용납하지 않되, 대화와 교류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촉진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경제민주화와 더불어 내세운 핵심 정책 중 하나였다.
이는 비핵화를 통해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이끌어내 신뢰를 얻도록 하는 것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한다면, 북한의 인프라 사업을 위한 남북 협력은 물론 미국, 중국 등과도 공동협력사업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계속된 남북관계 경색 국면이 이날 시작된 남북 실무접촉으로 해빙기로 접어든 만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앞세운 박 대통령의 대북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南北, 9일 오후 5시 50분 3차 회의 돌입…합의서 문안 교환
남북 수석대표단은 이날 오전 10시 13분 남북 장관급 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에 들어갔다. 오전 회의는 11시경에 마쳤다. 약 47분간 진행된 짧은 회의였다.
우리 측에선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이, 북한 측에선 김성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이 각각 수석대표로 나섰다. 지난 2007년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 당시 남측의 특별수행원을 안내한 김성혜 서기국 부장은 ‘대남 여성 전문가’로 통한다.
양측은 오전 회의에서 기조발언을 통해 오는 12일로 예정된 장관급회담에 대한 기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오전 실무접촉 직후 브리핑을 통해 남북이 ▲장관급 회담 의제 ▲장소와 날짜 ▲대표단 규모 ▲체류 일정 등 기술적 사항에 관한 입장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남북의 구체적인 입장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김 대변인은 “협의된 부분도 있고 조정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양측이 내부 협의를 해야 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다만 남북 수석대표단은 오전 실무접촉에서 ‘오는 12일 서울’에서 ‘장관급 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7년 6월 제21차 장관급 회담 이후 6년 만에 남북 장관급 회담이 열리게 됐다.
점심 식사를 마친 남북 수석대표단은 오후 2시경 회의에 재돌입했다. 오후 회의는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천해성 실장과 북측 대표인 김성혜 서기국 부장은 오후 회의에서 장관급 회담의 의제와 장소, 날짜, 대표단의 규모 등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남북이 큰 이견 없이 회의를 이어간 만큼 이날 세부적인 내용을 최종적으로 확정해 발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왔다.
하지만 최종 합의문 발표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행정적·기술적인 사항에 대한 의견 도출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관계자가 “북한이 오전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협상에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해 장관급 회담의 북측 대표단 구성을 놓고 막판 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2시간 후인 오후 5시경 남북 수석대표단은 2차 회의에 돌입했다. 하지만 또다시 합의도출에 실패하면서 20여 분만에 회의를 종료했다.
통일부 측은 이날 오후 5시 50분, 남북 장관급 회담 개최를 위한 3차 수석대표회의가 재개됐다고 밝혔지만, 25분 만인 6시 15분에 종료를 선언하면서 막판 진통을 거듭했다.
다만 통일부 측은 남북 수석대표단이 장관급 회담 합의서 문안을 교환했다고 밝혀 회담 성사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 수석대표단은 2~3차례 추가협의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여야는 이날 남북 장관급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남북 장관급 회담이 오랜만에 개최되는 만큼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회담이 돼야 한다”며 “북한 당국이 남북 간 신뢰를 쌓아나갈 수 있도록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도 같은 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남북 실무접촉과 관련해 “2년 4개월 만에 재개된 남북 당국 간 회담으로, 양측의 신뢰를 쌓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당면한 남북화해협력사업의 재개도 서둘러야 하지만 인도적 교류와 지원사업도 최우선 해결과제로 삼아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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