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국, 급박했던 2004년 무슨 일 있었나?
전재국, 급박했던 2004년 무슨 일 있었나?
  • 우종한 기자
  • 승인 2013.06.0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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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몹시 화가 나 있다” PTN 내부 이메일 공개
@뉴스타파
[에브리뉴스=우종한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의 해외 페이퍼컴퍼니 설립 정황이 드러나자 전두환 비자금의 실체가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일고 있다. 이와 함께 전두환 비자금 추징이라는 국민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전재국씨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블루 아도니스’를 세운 시기는 2004년 7월 28일로 나타났다. 자본금은 5만 달러로 등록됐지만 발행주식은 1달러 짜리 1주에 불과한 전형적인 페이퍼컴퍼니다. 주주와 등기이사 역시 전재국씨로 등록돼 있다.
 
전재국씨는 회사를 설립한 뒤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을 통해 블루 아도니스 법인 계좌를 만들었다. 이 은행은 자산가들을 상대로 하는 전형적인 프라이빗 뱅킹으로 한국인 2명이 간부로 일하는 곳이다. 이들은 앞서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설립자로 공개된 SK 임원 출신 조민호씨의 비밀 계좌도 관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한 달여 뒤 전재국씨는 싱가포르 현지 변호사를 통해 PTN(페이퍼컴퍼니 설립 대행사) 버진 아일랜드 지사에 ‘블루 아도니스’명의의 은행계좌 설립을 위한 관련 공증서류를 발급 받았다. 
 
당초 전재국씨는 9월 22일까지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페이퍼 컴퍼니 명의의 계좌를 만들 계획이었지만 계좌 개설에 필요한 공증서류가 버진아일랜드에서 싱가포르로 배송되는 과정에서 분실되며 차질이 생기게 된다. 
 
▲ PTN 싱가포르 본사와 버진 아일랜드 지사 직원 사이에 주고 받은 내부 이메일 내용 중 일부 @뉴스타파
뉴스타파가 공개한 자료에는 그 때 당시 PTN 싱가포르 본사와 버진 아일랜드 지사 사이에 오간 긴박했던 이메일 내용도 포함됐다. 이메일에는 “고객의 은행계좌에 들어있는 돈이 모두 잠겨있다. 이 때문에 고객이 몹시 화가 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고객은 전재용씨를 지칭한다. 
 
어떤 목적의 회사돈이었길래 전재국씨는 이토록 다급했던 것일까. 공교롭게도 형 재국씨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2004년 7월 28일은 동생 재용씨가 증여세 포탈 혐의로 선거공판이 열리기 이틀 전이다. 재용씨는 그 해 2월부터 기소돼 구속수감 중이었다. 같은해 5월에는 전두환씨의 부인 이순자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이뤄졌다. 
 
법원은 7월 30일 재용씨에게 징역 2년6월에 벌금 33억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또한 167억원의 증여금 가운데 73억 5천만원이 전두환 비자금이라는 사실도 증명했다. 이처럼 2004년은 전 대통령의 비자금 문제로 한창 떠들썩하던 시기다. 전재국씨의 페이퍼컴퍼니는 비자금 문제로 가족들이 줄줄이 조사받던 때 느닷없이 설립됐다. 
 
▲ 페이퍼컴퍼니 '블루 아도니스'의 관련문서에서 전재국씨의 영문 자필서명이 발견됐다.@뉴스타파
전재국씨는 이러한 논란이 불거지자 4일 보도자료를 통해 “1989년 미국 유학생활을 일시 중지하고 귀국할 당시 가지고 있던 학비와 생활비 등을 관련 은행의 권유에 따라 싱가포르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아버지와는 관계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명은 의혹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2004년 페이퍼컴퍼니를 세울 당시 전재국씨의 나이는 44세로 유학을 마친지 15년이 흐른 시점이다. 또한 은행은 왜 그런 권유를 했는지, 학비와 생활비 규모는 얼마였는지 구체적인 내용들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의혹이 짙어지자 검찰과 국세청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연관성 대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며 뒤늦게 조사에 나섰다. 전 전 대통령은 2205억원의 추징형을 확정받은 뒤 아직 1672억원의 미납 추징금이 남은 상태다. 
 
비자금 회수를 위해 특별 전담팀을 꾸린 검찰은 추징금의 공소시효가 10월 11일 끝나지만, 이 기간 내 전두환 전 대통령 재산을 1원이라도 추징하면 시효 3년이 또 늘어나기 때문에 시효 만료로 추징을 못할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 동안 강제집행 등을 통해 추징 시효를 연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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