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유사 보도 견제까지...입 막힌 CJ 활로 모색할까?
[에브리뉴스=우종한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며 언론들의 ‘CJ파헤치기’ 보도도 점차 가열되고 있다. 미디어 공룡이 쓰러지자 다른 매체들 역시 공격에 들어간 형세다.
이런 형세를 두고 일부에서는 CJ가 신문광고를 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우스개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영상 미디어 시장을 독점한 CJ가 매년 영향력이 하락하고 있는 신문매체에 광고를 실을이유도 없지만, 소위 중앙 언론에서 흘러나오는 검찰 내부 관계자의 소스와 실시간 뉴스, 추측성 보도들은 실제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기도 한다.
정말 광고 때문이었을까? 우선 먼저 떠오르는 기업은 삼성이다. 2006년 시사저널 사태처럼 삼성은 자금력으로 보도 방향을 바꿀 수 있을 만큼 미디어 시장에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다.
이른바 ‘검찰 배후설’로 거론되는 삼성은 현재 CJ와는 상속 소송으로 틀어질대로 틀어진 상황이다. 지난해 2월에는 삼성물산 김 모 차장이 CJ 이재현 회장을 몰래 미행하다 발각되는 일이 발생하며 살벌한 집안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급기야 그해 4월 이건희 회장은 기자들에게 “이맹희씨를 누구도 우리집 장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하며 두 집안 관계의 말뚝을 박은 적도 있다.
양가의 적통 싸움은 가족행사에도 계속 됐다. 지난해 11월 이병철 전 회장의 25주년 추모식은 삼성가 사람들만 참석한 채 치러졌다. 삼성측이 CJ측에 한옥 정문 출입문 입장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장손에게 후문으로 들어오라는 사실상의 불허 통보였다. CJ관계자는 “삼성측이 24년간 가족행사로 함께 해 온 선대회장 추모식을 없애고 정문 출입도 금지했다며 사실상 참석을 금지한 셈”이라고 반발했다.
삼성의 검찰 배후설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데는 이러한 갈라선 두 집안의 뒷배경이 작용한다. 반면 CJ가 언론의 맹폭을 받는 이유를 기형적인 국내 미디어 환경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CJ는 명실상부한 미디어 재벌이다. 삼성이 하드웨어 산업에 집중하는 동안 CJ는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눈을 돌렸다. 동시에 자체 플랫폼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1998년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를 열었고, 2011년에는 엠넷미디어, CJ엔터테인먼트 등 6개 미디어 계열사를 통합해 CJ E&M이라는 미디어 공룡을 탄생시켰다. tvN, OCN, 투니버스 등 영향력 있는 CJ계열 방송사들의 올해 1월 케이블 점유율은 8.9%로 종편채널의 시청률을 크게 웃돌았다.
이처럼 콘텐츠와 플랫폼을 동시에 붙잡는 사업전략은 그대로 맞아떨어져 현재 CJ는 삼성의 ‘밥’을 먹지 않아도 자생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미디어그룹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CJ의 이러한 자생 노력과는 별개로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적을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MB정부 5년간 자산을 2배 이상 키운 점 등은 여전히 CJ에겐 특혜의혹 등으로 약점으로 지적된다. CJ오쇼핑과 온미디어와 합병 승인 당시 MB실세가 개입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독과점 논란을 무마하기 위해 MB 측근이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당시 매출액 기준 1, 2위를 다투던 CJ오쇼핑과 온미디어의 합병은 실제 큰 논란을 낳았다.
또한 범 삼성계열로 분류되는 중앙일보를 필두로 종편까지 진출한 중앙언론들에게 CJ는 광고 수익을 빼앗아 가는 경쟁사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CJ는 광고계 ‘큰 손’ 삼성과도 대척점에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는 비자금 문제로 인한 CJ의 대외 이미지 하락이 종편 방송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종편 방송사들이 천문학적 적자에 허덕이는 만큼 미디어 생태계에서 CJ를 잡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역으로 종편 채널의 영향력이 발휘된 경우라는 주장도 있다. CJ는 수 십개의 케이블 채널을 틀어쥐고 있음에도 방송법상 보도 프로그램을 제작·방영할 수 없다. 언론의 집중 포화에 반론을 제기할 창구가 없는 셈이다. 오히려 종편 방송사들은 CJ계열인 tvN의 <백지연의 끝장토론>, <SNL코리아-위켄드업데이트>, <쿨까당> 등에 유사보도 문제를 제기하며 CJ의 숨통을 쥐락펴락 하는 상황이다.
CJ는 보도의 부재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했고, 중앙언론은 종편의 위력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러한 미디어 전쟁은 여전히 국지전이다. CJ는 여전히 안정적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고, 종편은 현재까지 수백억에 달하는 누적 적자를 감내하고 있다. CJ는 지난해 종편 인수설과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검토한 적 없다”고 일축한 바 있지만, 이로써 앞으로 CJ 행보에 변화가 올 수도 있을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 CJ에 대한 정부의 압박과 검찰 수사 범위가 어느 선에서 정리될 지가 중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 저작권자 © 에브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기사제보 : 편집국(02-786-6666),everynews@everynews.co.kr >
저작권자 © 에브리뉴스 Every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에브리뉴스 EveryNews에서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받습니다.
이메일: everynews@kakao.com
에브리뉴스 EveryNews에서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받습니다.
이메일: everynews@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