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3일 공석으로 남아 있던 홍보수석 자리에 이정현 정무수석(55)을 임명,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파문으로 사퇴한 이남기 전 홍보수석 자리에 이 정무수석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박근혜의 입’으로 통하는 복심(腹心)인 이 정무수석이 신임 홍보수석으로 수평 이동함에 따라 그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라고 비판 받았던 청와대 홍보라인의 강화가 예상된다.
그간 정부여당 안팎에선 청와대 홍보라인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예능 PD 출신인 이 전 수석이 청와대 홍보라인의 기강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도 파다했다. 김행 대변인과 윤 전 대변인의 갈등설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급기야 ‘윤창중 성추행’ 파문을 둘러싸고 이 전 수석과 윤 전 대변인이 진실공방을 벌이면서 청와대 홍보라인의 위상은 땅으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는 더욱 고착됐고 당·청 관계는 물론 대야 소통 창구도 원활하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복심 이정현, 홍보라인에 투입…두 마리 토끼 잡기
청와대 홍보라인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선택은 복심 이 신임 홍보수석. ‘이정현 역할론’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실제 이 신임 홍보수석은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된다. 호남(전남 곡성) 출신인 이 수석은 지난 1985년 민정당 구용상 전 의원의 총선 캠프에 합류하면서 정계에 입문했고, 이후 16대 대통령 선거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측 대선기획단장을 맡은 데 이어 18대 총선에선 비례대표로 여의도 국회에 입성했다.
18대 국회 당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이 수석은 당내 전략통과 정책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19대 총선에선 사지로 불리는 광주 서구을에 출마했지만 석패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뱃지로 39.7%의 득표율을 기록, “새누리당도 호남에서 한 번 해볼 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정현 역할론은 지난 대선 때도 어김없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새누리당 지명직 최고위원에 이어 박근혜 캠프 공보단장으로 활약하면서 박 대통령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홍보수석 자리는 대통령과의 직접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것이 인사의 판단기준으로 작용했다”고 인선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후임 정무수석에 김선동 정무비서관의 승진 가능성이 거론되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16대 국회의원을 할 당시 보좌관으로 일했던 김 비서관은 그간 청와대 내부에서 여야 접촉 창구로 활약했다. 홍보수석과 정무수석 모두 정무기능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박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기점으로 당·청 관계는 물론 대야 소통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최근 원조친박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며 당·청 관계의 재정립 요구를 예고한 상황에서 ‘복심’ 이 수석이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수석은 이날 임명 직후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희들이 아는 것을 전달하는 홍보가 아니라 국민이나 기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들에 대해 의견을 들어가며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거듭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국정을 운영하는 배경이나 취지, 의도 등을 가급적 대변인을 통해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박 대통령이 특별히 당부한 것은 없었는가”라는 질문에 “이심전심 아니겠나. 특별한 당부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경제민주화 법안 입법 등을 놓고 치킨게임이 불가피한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이정현 역할론’이 청와대의 구원투수로 작용할지, 인사 난맥상의 화룡점정을 찍게 될지 주목된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박종준 전 경찰청 차장을 차관급 정무직인 대통령경호실 차장에, 차관급 정무직인 민주평통 사무처장에 박찬봉 새누리당 외교통일위 수석전문위원을 각각 임명했다. 공석이 된 윤 전 대변인의 후임자는 발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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