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51.6%와 최저 52%∼최대 65%’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과 취임 100일을 앞두고 실시된 국정지지율이다.
박 대통령이 4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인수위원회 초반 고위공직자의 줄낙마 사태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으로 위기에 처했던 현 정부는 박 대통령의 ‘깨알 리더십’과 ‘안보’에서 평균 이상의 점수를 얻으며 취임 100일을 맞게 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청와대 국무회의를 주재할 때마다 사무관 등의 일까지 꼼꼼하게 지시하는, 깨알 리더십은 양날의 검이다. 보수층에게는 안정감을 줄 수 있지만, 반대편에 있는 국민에겐 여전히 불통의 폐쇄적 리더십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는 여론조사 결과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2월 넷째 주 54.8%로 시작한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한 달 만인 3월 넷째 주 45.0%까지 추락했다. 인사 대란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실제 지난 3월 4일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사퇴를 시작으로,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김학의 법무부 차관 후보자,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이 줄줄이 사퇴,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
박 대통령의 폐쇄적 리더십은 인사 검증 부실로 이어졌고, 국정 초반 강한 드라이브를 걸 기회를 실기해 버렸다. 특히 박 대통령 인사 1호였던 윤 전 대변인은 이 같은 논란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한미 정상회담 기간에 발생한 그의 성추행 파문은 현 정부 외교성과를 모두 갉아먹었을 뿐 아니라 합리적 보수층이 등을 돌리게 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취임 100일 맞아 각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달 27∼30일 성인 남녀 1천 2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에서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52%로 조사됐다. ‘잘못하고 있다’는 23%였다.
<조선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일 전국 19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박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은 65.0%, ‘잘 못하고 있다’는 24.3%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이 조사에서 북핵문제 등 박 대통령의 안보행보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응답층은 74.6%에 달했다. 반면 56%는 ‘인사를 잘 못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또한 <조선일보>는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같은 기간 YS(김영삼, 82.4%)와 DJ(김대중, 77.1%)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노무현(53.8%)-이명박(17.2%) 전 대통령 보다는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박근혜, MB와 지지율 추이 달라…급락시 위기 맞을 수도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5월 31일∼이달 1일 이틀간 전국 성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65.4%로 조사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이 조사에서 응답층은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로 ‘남북·북한 대응(15.9%) > 정치안정·국정관리(12.0%) >복지·노인정책(9.7%) > 외교(6.9%) >국민·서민 위주 정책(6.4%) 순으로 꼽았다.
반면 응답층 중 절반가량은 인사 문제(45.5%)에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대다수 국민들이 북핵 등 외치(外治)에는 높은 점수를 준 반면, 내치(內治)에는 낮은 점수를 준 셈이다.
이봉규 시사평론가는 3일 <에브리뉴스>와 통화에서 이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대북정책 등에서 일관된 행보, 원칙 있는 리더십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 문제와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 페이스에 끌려가지 않고 박 대통령이 한미 공조 속에서 자신의 페이스 대로 남북관계를 가져간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다만 인사문제에 대해선 “잘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야권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보수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등 지지율이 견고한 것 같다”면서 “임기 초반 잇따른 실정에도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눈여겨볼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도 콘크리트 지지율 속에서 대세론을 이어갔다.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여당 속 야당’ 이미지를 구축하며 선을 긋는 데 성공했다. 영남·보수층이 박 대통령의 지원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대선과정에서 ‘이회창-이인제’ 등 충청권 대권후보를 포섭, 영남과 충청의 지지기반을 다졌다. 87년 체제의 한계인 지역주의하에선 이 같은 지역 연합작전이 통치수단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이 딜레마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항상 표 확장성 비판에 시달렸다. 야권 한 관계자는 당시 박 후보의 아킬레스건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표 확장성”이라고 잘라 말했다.
국정지지율 확장성 문제는 지금도 박 대통령에게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다. 중도층과 자유주의 세력 등에게 지지 내지 공감을 받지 못한다면, 박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같은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는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국민대통합과 맞물려있어 향후 대국민 소통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을 향해 “200일에는 치적이 있어야 한다”고 비판한 이유도 이런 까닭에서다.
새누리당 내부에선 박 대통령이 전임인 MB보다 국정지지율이 높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오지만, 이것 역시 박근혜 정부의 덫으로 작용할 수 있다. MB는 국정 초반 밀어붙이기식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로 불통 비판을 받으며 국정지지율이 10%대로 추락했다. 지지율만 따지면 레임덕 국면이었다.
이후 MB정부는 국정지지율이 30%대에 머무르다가 임기를 마쳤다. YS나 DJ가 초반 80∼90%의 지지율을 얻었던 것과는 정반대 추이를 보인 셈이다.
MB정부 이전까지만 해도 국정 지지율이 30%대가 되면 모든 언론이 “레임덕 국면”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MB는 이 프레임에서 자유로웠다. YS나 DJ의 경우 국정지지율이 우하향했지만, MB는 완만하게 우상향을 그린 이유도 이같은 착시 효과때문이다. 현 정부의 국정지지율이 전임 정부보다 높다고 자평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여전히 한국 정치의 틀로 작용하는 반북냉전 심리를 이용, 영남보수층에만 지지를 받는 과거 보수정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박 대통령의 대국민소통 승부수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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