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지난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폐족(廢族)이라고 자처했다.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질 수 없는 선거라던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에서 연거푸 참패했다.
절치부심하며 출마한 당 내 선거에서조차 외면당했다. 반대편에선 ‘패권주의’의 상징이라고, 같은 편에선 ‘분열의 프레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친노(親盧) 얘기다.
참패다. 뼈아픈 패배다. 지난 대선 패배 이후 ‘친노 책임론’ 논란에서도 ‘문재인 역할론’을 주장했던 친노그룹이 지난 4일 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이하 전대)에서 당심의 외면을 받았다. 범친노로 분류되는 이용섭 의원과 윤호중 의원은 각각 당 대표와 최고위원 경선에서 비노(非盧)에 밀렸다.
앞서 치러진 4.24 재보선에서도 민주당은 ‘0패’라는 굴욕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국회의원 3곳을 포함, 군수 2곳, 광역의원 4곳, 기초의원 3곳 등 전국 12곳 중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했다.
김대업 전 합동수사본부 수사요원은 지난 6일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에 출연해 민주당 전대 결과와 관련, “김한길 당선은 당 내 반감이 표출된 결과이며 친노의 몰락은 민심을 왜곡한 참혹한 결과”라고 혹평했다.
지난 2009년 5월 23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2010년 6.2 지방선거를 계기로 변방에서 중원으로 복귀한 친노그룹이 3년여 만에 변방으로 밀려날 위기에 처한 셈이다.
하지만 전대 이전 친노 측 내부에선 ‘질서 있는 퇴각’을 준비하는 모습이 감지됐다. 범친노로 불리는 김부겸 전 의원의 전대 불출마 선언도 30여 명에 달하는 초선의원들의 탈계파 선언도 이런 연장선상이다.
친노 측 관계자는 전대 이전 기자와 통화에서 “김한길 의원의 당선이 당연하지 않겠느냐”면서 결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거 패배, 친노 책임인가…민주당 구조 살펴봐야
민주당 대선평가위원회가 ‘18대 대선 평가 보고서’를 발표하던 지난달 9일. 민주당이 사분오열했다. 친노와 비노 측의 날선 공방전은 극에 달했고 일각에선 “이러다가 당이 깨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비노 측은 대선 패배의 원인을 ‘계파 패권주의’로 꼽으며 친노 측에 진퇴를 결정해야 한다고 돌직구를 날렸고 친노 측은 “분열 프레임이자 마녀사냥이며 대선 패배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맞받아쳤다.
친노는 민심과 당심에 심판당한 것인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있다. 민주당의 성격과 구조다. 민주당은 다수 계파 연합정당이다. 호남과 특정 그룹이 당이 좌지우지하는 게 아니라 리버럴한 당 구조 속에서 선거 때마다 이합집산을 벌인다. 민주당을 두고 “리더십의 무덤”이라고 표현한 이유도 이런 맥락이다.
실제로 참여정부 때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을 이끈 ‘정세균-손학규’ 대표 등은 모두 리더십 부재 논란에 휩싸였다. 집단지도체제를 근간으로 하는 합의제 운영이 원칙이기 때문.
지난해 총․대선은 민주당의 이같은 구조의 변화 없이 인물만 ‘한명숙-문재인’으로 바뀌어 치러졌다. 선거 이후 한명숙 전 대표의 ‘누님 리더십’, 문재인 의원의 ‘권력 의지 부족’이 도마에 오른 것도 이런 이유다.
선거의 패배는 당의 리더였던 ‘한명숙-문재인’ 등 친노의 책임이지만, 이들이 모두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것 역시 리버럴한 당의 구조와 무관치 않다는 얘기다.
다수 계파 연합정당이라는 민주당 구조와 기성 정치인과는 판이한 권력의지를 내보인 문 의원의 행보가 맞물리자, 당시 대선캠프의 조직력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았다.
게다가 비노 측의 비토 분위기까지 감지되면서 여의도 정가에 “문재인 대선캠프는 모래알 조직”이라는 혹평을 들었다. 당시 민주당 한 인사는 이와 관련해 “대선캠프 조직이 이렇게 느슨하게 운영되는 것은 처음 봤다”고 기자에게 전한 바 있다.
다수 계파연합 정당인 민주당의 또 다른 특징은 ▲자유주의 성향 ▲참여민주주의(온오프라인정당) ▲호남 등이다. 부족한 것은 보수와 진보가 기울어진 운동인 한국 사회에 대안세력으로서 수권정당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대선 승리방정식인 반(反) MB+알파에서 알파가 빠져버렸다. 민주당이 먹고 사는 모습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자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등을 돌렸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던 그들이 “박근혜”를 외친 셈이다.
민주당은 대안세력으로 재부상할 수 있을까. 문제는 민주당 비주류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출범한 김한길호(號)가 민주당의 참여민주주의 등의 특징을 외면한 채 출발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전대에서 강령을 우클릭화하며 2007년 대선 직후 뉴민주당플랜의 데자뷔를 연출했고 당심과 민심의 왜곡을 막는다는 취지로 대의원 등 당원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면서 민주당 특유의 참여민주의의 색깔을 잃어버렸다는 지적이다.
현재 야권 지지층 중 가장 결집도가 뛰어난 친노 없이 김한길호가 순항할지 미지수라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도 이런 이유에서다. 민주당의 미래는 친노 색깔빼기가 아닌 민주당 특유의 조직적 성격을 안고 플러스 알파인 대안능력을 가미, ‘범민주진보세력+세대’ 연합 프레임 새판짜기에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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