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 없는 재개발’에 길바닥 내몰린 종로 상인들
‘타협 없는 재개발’에 길바닥 내몰린 종로 상인들
  • 우종한 기자
  • 승인 2013.04.25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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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사·종로구청 “적법절차 따랐을 뿐...책임 없어”

[에브리뉴스= 우종한 기자] 전국철거민협의회 관계자들은 24일 오전 종로구 공평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평지구 재개발 시행사인 프리즘투플러스를 규탄하고, 피해민들의 생존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날 회견장에는 마포, 수원 등 각지에서 재개발로 피해를 입은 철거민들이 함께 목소리를 냈다. 

이승철 전국철거민협회 공평동대책위원장은 “행정기관과 개발업자들의 주먹구구식 재개발로 주민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종로구청과 시행사 프리즘투플러스는 공평철거민에 대한 우롱을 중단하고 피해자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덧붙여 이 위원장은 “사건이 장기화 되자 함께 피해 대책을 논의했던 입주민 8명 중 6명은 피해를 감수하고 이미 나간 상황”이라며 “피해민 2명만 남은 현재, 시행사는 우리를 힘이 없다는 이유로 협상대상으로 보지 않고, 구민을 보호해야 할 종로구청은 도리어 우리를 장애물로 생각하고 있다”며 개발행정을 비판했다. 

재개발로 커피숍을 연 지 1년여만에 가게를 닫게 된 이상미씨 역시 “평범한 시민이던 우리를 행정당국과 시행사는 상식 이하의 사람들로 비춰지게 몰려고 한다”며 “힘을 가진 기관들이 휘두르는 일방적 개발 폭력에 우리와 같은 피해민들이 추가적으로 발생하지 않게 법률적 대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종로구청과 시행사 프리즘투플러스를 상대로 5년이 넘게 생업을 포기하고 맞서고 있는 상태다. 이씨는 커피숍을 내면서 빌린 대출이자를 갚기 위해 생활하던 원룸까지 처분하며 부모님의 도움을 받고 있으며, 이 위원장은 용역 직원이 휘두른 폭력에 인대가 끊어지는 중상을 입고, 종로구청 앞 천막에서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종로구청의 입장은 단호했다. 공공기관으로서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종로구청 도시개발과 담당자는 “시행자가 세입자들에게 하는 보상 문제는 이해 당사자들간의 관계이지 구청에서 관여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구청 권한인 개발 인·허가권과 관련해서도 “법에 의거해서 토지소유주의 75%이상이 동의하고 사업시행자로 지정하면 인가를 내준다”며 “이 후 시행사와 세입자들간의 문제가 발생했을 시 구청에서는 시행사 측에 정상화를 위한 권유와 권장만 할 수 있을 뿐, 강제적 조정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프리즘투플러스 관계자는 “세입자가 2년여간 임대료를 내지 않아 명도소송을 내게 됐고, 보증금에서 밀린 임대료를 차압하게 됐다”며 “그 과정에서 수평이동을 원하는 세입자와 보상문제에 입장차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에 대해 시행사측의 농간이라며 반박했다. 이 위원장은 “상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버젓이 영업중인 점포 벽에 페인트칠을 하고 용역직원을 동원한 협박으로 장사를 할 수 없는 지경으로 몰아갔다”며 “피해 상인들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며 절충안을 내기도 했지만 회사측에서는 어떤 협의도 거부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 위원장은 그 과정에서 회사 관계자에게 “우리는 재개발이 목적이지, 임대료가 목적이 아니다”는 노골적인 말까지 들었다.

▲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공평 2지구 재개발구역은 현재 점포들이 빠져나가 텅 빈 채 방치되어 있다.

종로구 공평동 5-1번지 일대에 위치한 공평 2지구는 2007년 도시환경정비사업지로 확정되며, 입점한 가게들이 빠진 상태다. 투자자를 모집하는대로 빠르면 올해부터 건물 철거와 함께 개발에 들어가게 된다. 계획에 따르면 낡은 건물들이 헐리고 각각 22층, 26층으로 된 현대식 오피스 빌딩 2개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슬럼화된 골목 곳곳에는 세입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싸웠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은 채 방치 돼 있다.  

이 위원장은 “금전적 손해가 얼마냐는 기자분의 질문이 너무 아프기만 하다. 삶터를 빼앗기는 과정에서 받은 폭력과 인권유린의 상처는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나”며 심정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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