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류현진은 샌프란시스코전에서 6.1이닝 3실점(1자책)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뤘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날 26타자를 상대하며 피안타를 10개나 허용했다. 삼자범퇴로 처리한 6회를 제외하고는 모든 이닝에 주자를 내보냈다. 1이닝당 내보낸 평균 주자의 수를 나타내는 WHIP수치는 1.5에 달한다. 매 이닝 1.5명의 주자를 내보냈다는 얘기다.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은 류현진을 어떻게 공략했을까? 이날 류현진은 총 80개의 공을 투구했다. 볼 배합은 직구 50개, 체인지업 25개, 커브 5개로 철저하게 직구 위주의 피칭을 펼쳤다. 슬라이더는 던지지 않았다. 이날 맞은 10개의 안타 가운데 5개가 직구였다. 이러한 결과적인 수치 외에도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은 90마일 초반대로 형성되는 류현진의 직구에 배트를 날카롭게 휘둘렀다. 90마일의 직구는 메이저리그에서는 장점이 될 수 없다.
현재 류현진은 부상위험과 제구력 난조의 이유로 슬라이더를 ‘봉인’하고 있는 상태다. 슬라이더 제구력 난조는 스프링캠프 기간 내내 류현진이 직접 밝혀왔던 문제로 현재까지도 큰 개선이 이뤄지진 않은 상태다. 커브는 구사비율은 낮지만 류현진이 고교시절 그 이전부터 연마해 온 ‘주력’구질이다. 2006년 구대성에게 15분만에 배웠다는 체인지업은 류현진을 MVP로 만들었다. 2007년 습득한 슬라이더 역시 좌타자와의 승부에서 결정구로 쏠쏠한 활약을 보였다. 류현진은 KBO에서 이 슬라이더의 비율을 한 때 15~20%까지 구사한 바 있다.
류현진은 지난 3월 2일 LA에인절스의 4번 좌타자 조시 해밀턴에게 슬라이더를 실험했다. 가운데로 몰리며 떨어지는 슬라이더는 지난 시즌 43개의 홈런을 때린 힘 좋은 해밀턴에겐 더 없이 좋은 공이었다. 타구는 우측담장을 넘어가며 2점을 헌납했다. 류현진은 3월 29일 다시만난 해밀턴에게 슬라이더를 던지지 않았다. 직구만 4개를 던지며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류현진은 슬라이더 실투와 관련 공인구가 ‘미끄럽다’고 말했다. 물론 공인구 탓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함께 말했다. 좌투수인 류현진이 던지는 체인지업의 궤적이 좌타자의 몸쪽을 파고드는 것과 반대로 슬라이더는 좌타자의 바깥으로 흐른다. 때문에 두 구질이 함께 공존하게 된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얼마 전 1아웃을 남겨두고 퍼펙트게임에 실패한 텍사스 레인저스의 다르비슈 유 역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혼용해 던진다. 하지만 류현진과 반대로 다르비슈는 슬라이더를 주력 구질로 던지며 체인지업을 ‘별미’로 섞어 던지는 수준이다. 실제로 두 구질은 궤적이 반대인 만큼 함께 던질 경우 어깨에 큰 무리를 줄 수 있다.
류현진은 현재까지 슬라이더를 아끼며 숨기고 있는 상황이지만 비밀무기는 아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은 주력 구질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슬라이더는 직구와의 경계에서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해야 하지만 류현진의 슬라이더는 사실상 슬러브에 가까울 정도로 어정쩡한 각도에서 나온다. 차라리 커브를 던지는 게 낫다. 때문에 국내에서와 같이 슬라이더를 구사할지는 앞으로도 미지수다.
류현진은 피츠버그를 상대로 다시 메이저리그 첫 승에 도전한다. 피츠버그는 개막 이후 1승 4패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서 꼴찌를 달리고 있다. 5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득점은 6점에 불과할 정도로 빈타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지난 다저스와의 2경기 동안 다저스의 선발투수 그레인키와 커쇼를 상대로 한 득점은 0점. 과연 류현진이 타격 부진에 빠진 피츠버그를 상대로 슬라이더 실험에 나설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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