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 윤창원 기자]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이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결국 이 대통령이 오는 29일 특사를 강행할 것으로 알려져 정면충돌 양상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법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특사를 이 대통령이 결국 단행한다면 정치적 난제들을 ‘원칙론’으로 정면 돌파하며 리더십의 선명성을 부각시키려는 박 당선인의 새 정부 출범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관심이 주목된다.

윤창중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26일 이 대통령의 특사와 관련, “임기 말에 이뤄졌던 특별사면 관행의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부정부패나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사면은 국민을 분노케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사 강행 반대는 인수위 뿐만 아니라 여야도 거세게 반발했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권력형 부패와 비리를 저지르고서도 형기를 마치지 못한 이들을 현직 대통령이 퇴임하기 직전에 사면하는 관행에 대한 국민의 시각은 매우 부정적”이라면서 “그럼에도 청와대가 이 대통령의 퇴임을 앞두고 수형생활을 하고 있는 대통령 측근 등 권력형 부패사범의 특사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민주통합당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퇴임 직전, 그것도 부정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측근들을 구하기 위한 특별사면은 법치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며, 국민의사를 깡그리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측은 임기 말 특사가 역대 정부에서도 이뤄진 ‘관행’이라는 점을 거듭 내세우고 있어 비판 여론 보다는 정치적 실리를 우선시 하겠다는 인식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7년 말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2년 12월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등을,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12월 측근인 임동원 전 국정원장과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을 각각 사면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박 당선인이 청와대를 중심으로 특사설이 흘러나올 당시부터 탐탁치 않아해 그동안 ‘협력’을 유지해온 이 대통령과의 관계가 특사 논란을 계기로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박 당선인이 ‘선긋기’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양측 간 심리적인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이번 충돌은 4대강 감사 결과에 대한 청와대와 인수위 간 이견에 연이은 것으로, 특사 강행 이전 수준의 협력적 관계가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사 대상은 누구?

청와대는 특사와 관련해 형이 확정된 자로서 대통령 친인척, 정부 출범 후의 비리 사범, 비리 혐의로 재판 중인 재벌 회장 등을 배제하고 정치인은 최소화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벌금 300만원과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받고 항소를 포기한 친박(친박근혜)계인 홍사덕 전 의원과 서청원 전 이원,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은 박희태 전 국회의장 등이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재벌 회장을 제외한 일부 경제인과 ‘용산 참사’와 관련해 구속된 철거민도 사면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 대통령의 사촌 처남인 김재홍 전 KT&G 복지재단 이사장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와 이광재 전 강원지사,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특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은 항소를 선택해 대상에서 제외됐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특사와 관련해 “준비는 다 돼 있고 대통령의 결심만 남았다”고 밝혀 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 저작권자 © 에브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기사제보 : 편집국(02-786-6666),everynews@ever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