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부 아줌마' 김순자 후보의 대선 도전기
'청소부 아줌마' 김순자 후보의 대선 도전기
  • 이광명 기자
  • 승인 2012.12.03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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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대 대통령 후보-2] 무소속 김순자 대선 후보

▲ 김순자 무소속 대선후보
[에브리뉴스=이광명 기자]  18대 대선에 “국회로 가서 우리 노동자들에게 잘못하는 사람들을 다 빗자루로 쓸어 버려야지예. 종량제 봉투에 넣어 분리할 건 분리하고, 버릴 건 버리고 깨끗하게 청소해 버릴 랍니더”라고 말하는 청소부 아줌마가 나섰다. 바로 청소 노동자 출신 김순자 후보다. 노동자 중 다섯 번째로 수가 많은 노동자가 청소노동자라며 청소부를 우습게 생각 말라는 순자씨. 그는 여느 집 아낙네처럼 뽀글거리는 파마머리에 푸근한 인상을 지녔다. 말 그대로 서민 가정의 어머니와 같은 모습이다. 그런 평범한 아줌마가 대선 후보로까지 나서게 된 사연이 무엇이었을까. 구수한 사투리 섞인 김순자 후보의 이야기를 통해 <에브리뉴스>가 직접 들어봤다.

-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 제가 청소노동자예요.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 정리해고를 당한 노동자, 취업을 못하고 있는 청년들이 얼마나 고통 받고 사는지 잘 알아요. 그동안 정치는 힘 있고, 돈 많고, 많이 배운 사람들만 한다고 생각해 왔죠. 또 그들이 우리의 삶을 대변해 주리라 기대해왔어요. 하지만 수십 년간 대리정치를 경험하며 그들은 힘없고 돈 없는 우리 서민 노동자들을 위한 정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제는 우리가 직접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비정규직의 불안정한 노동자들이 정치의 주체로 우뚝 서야만 한다는 사명감으로 나서게 됐어요.

- 대통령 당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럼에도 출마한 것에는 어떤 의의가 있나.

▲ 그렇죠. 당선 가망은 높지 않아요. 하지만 최근 15년간 국민의 삶은 절망 그 자체였어요. 민주정부 10년과 이명박 정부 5년에 걸쳐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노동으로 인해 노동자들은 생존이 불가능한 상태까지 왔어요. 노동자의 절박한 상황을 누군가는 이야기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바꾸지 않으면 장시간 노동뿐만 아니라 야간노동에 시달리며 비정규직으로 살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처지를 5년 더 연장해야 하잖아요. 노동 환경 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말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어요. 그것이 당선을 떠나 이번 대선에 출마한 의의라고 할 수 있죠.

- 노동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 제가 50살 가까이 돼서 직장을 구하러 나섰는데, 일할 만한 곳이 있어야죠. 그래서 어렵게 취직한 곳이 울산과학대의 청소부 자리였어요. 그게 2003년도였는데, 그 당시 월급이 55만원이었죠. 근무 환경도 너무 열악했고, 이 돈을 벌려고 이런 취급을 받으며 살아야 하나싶은 마음에 점점 제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지더라고요. 하지만 청소노동자의 대부분이 그렇게 억울한 거 다 따지면 아무것도 못한다며 참고 하자는 분위기였죠. 그러던 어느 날 노동조합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우리의 부당함을 이야기해보자는 생각으로 노조를 결성했죠. 그러나 돌아오는 건 일방적인 집단해고 통보였어요. 말이 안 되는 일이니까 처음에는 탈의실에서 농성을 시작했죠. 다음 날 체육복을 입은 500명의 학생들이 나타나더군요. 우리를 도와주러 온 것이 아니라 끌어내기 위해서 온 거였어요. 그렇게 끌려 나와서도 본관 앞에서 농성을 계속 했어요. 그렇게 63일이 지나서야 복직을 약속받았어요.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저임금에 계약직이에요. 그 이후 계속 이런 억울한 노동자들의 현실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제 나름대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거죠. 그것이 이번 대선 출마로 이어지기도 했고요.

- 대통령 선거에는 어떤 각오로 임하고 있나. 완주할 계획인가.

▲ 당연히 완주해야죠. 완주를 안 할 것 같으면 아예 출마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현재 노동자들의 삶이 너무 힘들잖아요. 제가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자들의 희망이라는 생각으로 당당하게 선거운동을 해나갈 생각이에요.

- 선거운동을 하며 힘들었던 점이나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

▲ 이제 예비후보등록을 한지 한 달이 좀 안됐어요. 그 이후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시작했는데 매일매일이 바쁘죠. 기자회견, 거리유세, 동으로 갔다 서로 갔다 뛰어다니고 있어요. 그렇지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정치세력의 문턱이 높다는 것을 절감했을 때였죠. 똑같은 대선후보임에도 불구하고 TV토론도 지지율에 따라 따로 하잖아요. 이런 정치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어떤 분께서 자양강장제 한 통을 제 손에 꼭 쥐어주시며 “힘내라”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유세를 다니다보면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대부분 비정규직 노동자, 젊은 청년들이신데 평생을 기억하고 싶죠.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일은 은마아파트에서 감전사한 청소노동자를 위해 분향투쟁을 했던 일이에요. 안타까운 일이었죠.

-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공약은 무엇인지.

▲ 노동공약으로 비정규직, 정리해고가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죠. 구체적인 방안의 첫째가 6년을 일하고 1년은 쉬는 유급 안식년 제도를 도입하는 거예요. 유급 안식년 제도를 도입하면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가 340만개나 생겨요. 둘째가 노동시간을 주당 35시간으로 줄이는 거예요. 한 자동차 업계에서 일하던 공장 노동자가 365일 중 362일을 일하다가 과로사로 죽는 일도 있었잖아요. 이런 일이 다시는 없어야죠. 어쨌든 이렇게 하면 534만개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어요. 셋째는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상승시키는 건데요, 적게 일해도 생활 걱정은 없어야죠. 지금은 한 달 꼬박 일해도 100만원을 벌까 말까한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아요. 넷째로 기본소득을 도입해 모든 국민에게 매월 33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이에요.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의 생존은 국가가 보장해 줘야죠.

이런 방안을 도입하면 정규직 일자리가 874만 개나 생겨요. 이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안정된 노동자로 전환시켜 나갈 거예요. 이런 일은 오직 노동자 대통령만이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웃음) 이렇게 하기 위해선 당연히 많은 비용이 필요하겠죠. 저희가 계산한 바로는 기본소득 180조, 유급안식년비용 62조 등 총 240조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는데, 부자에게 증세를 하고, 우리나라 지하경제에 과세를 하는 방법으로 충당할 수 있으리라고 봐요. 현재 우리나라 지하경제에만 GDP(국민총생산)의 1/3에 해당하는 약 300조 정도가 있다고 하잖아요.

꿈만 같은 이야기이지만 해낼 수 있어요. 이런 세상에서 노동자들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진심으로요.

- 선거비용이 상당할 것 같은데 어떻게 후원을 받고 있나.

▲ 제가 말 그대로 군소후보잖아요. 솔직히 처음에는 후보 등록이라도 할 수 있을지 굉장히 걱정을 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진보적인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많더라고요. 심지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후원해주신 분도 계시고요. 정말 감사할 뿐이죠. 이런 분들을 생각하면 정말 힘이나요. 열심히 이분들의 목소리를 내야죠. 한 명이라도 더 들을 수 있도록.

- 전반적인 선거캠프 분위기는 어떤가.

▲ 저희 선거캠프 이름이 ‘순캠’이에요. 순캠 아래는 청년캠프라는 것이 별도로 있고요. 캠프의 대부분은 청년들이 주를 이루고 있죠. 그래서 언제나 젊고 생동감이 있어요. 모두 자발적으로 와서 도와주고 계세요.

- 이번 대선 후보에는 여성후보들이 더 많다. 여성후보로서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고 있나.

▲ 여성이 정치의 주체로 나서고 있다는 증거겠죠. 여성으로서 반가운 일이에요. 또한 성별, 계층, 장애유무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이 정치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봐요. 무엇보다 정치에서 남성이냐 여성이냐가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 같고요, 이런 성별을 뛰어넘어 어떤 생각과 철학을 갖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겠죠.

- 같은 노동 후보로 김소연 후보가 함께 등록을 했다. 김 후보와 본인을 차별화 시키는 지점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 김소연 후보는 열심히 투쟁하는 훌륭한 분이죠. 김소연 후보의 경우 투쟁하고 있는 조직된 노동자들을 위한 후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보통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투쟁이 무엇인지, 노동조합이 무엇인지는 고사하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조차 어려운 조건에서 일하고 있어요. 저 또한 50이 넘는 나이에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며 부당한 현실에 분노하며 힘든 시간을 견뎠고요. 저 같은 청소노동자, 경비노동자, 급식종사 노동자, 마트판매 노동자, 청년 아르바이트생 등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착취를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죠. 저는 그 움츠리고 있는 노동자들을 일으켜 세워 그들이 목소리를 내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저의 경우,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노동자들을 위해 나섰다는 것이 김소연 후보와의 차이라면 차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하지만 굳이 김소연 후보와 저를 차별화시키기 보다는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이 목소리를 내면 더 크잖아요. (웃음) 그런 면에서 두 노동자 후보가 나섰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봐요.

- 평소 좌우명 같은 것이 있나.

▲ 필요한 인간이 되자. 어딜 가나 있으나 마나한 사람이기 보다는 이 사람이 꼭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 존경하는 인물이 있다면.

▲ 브라질의 룰라대통령을 꼽고 싶네요. 노동자 중심의 대통령이었어요. 빈농출신에 철저하게 가난한 서민의 삶을 살았던 인물이에요. 또 금속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금속노조 위원장으로 선출돼 브라질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도 했고요. 그 후 국민영웅으로 떠올라 노동자당을 창당해 대통령까지 됐죠.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않은 사람이 한 나라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브라질을 세계 경제 순위 8위까지 올려놓다니요. 정말 꿈같은 이야기 속에 나올 법한 멋진 분이죠.

- 김순자 후보만의 대한민국 청사진을 그려본다면.

▲ 노동자들이 안정된 일자리에서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가장 큰 희망이고요, “바른 노동, 바른 정치, 바른 세상”이 오기를 바라죠. 노동하는 사람들이 대접받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라고요, 먹고살기 위해 목숨 걸어야 하는 이 비정한 세상을 반드시 끝내고 싶어요.

- 선거가 끝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 당선되면 청와대로 가고, 안되면 다시 청소하러 가야지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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