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환경보호청 조사결과 현대·기아차의 연비가 과장된 것을 밝혀진 가운데 한국소비자보호원이 K5 차량의 엔진 멈춤 사고가 잇달자 부품 교체를 권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현대·기아차에 대한 국내외 소비자들의 신뢰 하락은 물론 판매량 감소과 기업 이미지 추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美서 연비 과대 표기로 수천만달러 배상 위기..집단소송 우려도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 환경보호청(EPA)은 성명을 통해 현대·기아차가 지난 지난 2010년 말 이후 판매된 차량의 연비를 부풀려 표기했다고 밝혔다.

문제 차종은 아반떼, 제네시스, 엘란트라, 스포티지 등 13개 모델이며, 이를 구입한 미국 소비자는 약 90만명인 것으로 추산된다.

2012년형 소울의 경우 표시된 연비는 1갤런에 27마일이지만 실제 연비는 21마일로 6마일이 차이 났다. 다른 차종들도 1~2마일 정도 오차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EPA의 성명 발표 이후 현대차그룹은 자체 조사 결과 EPA가 측정한 연비가 회사 추정치와 차이가 있다고 인정했으며, 문제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에게 평균 88달러(한화 약 9만6000원)의 보상금을 지급키로 했다.

미국 소비자 90만명에게 보상금을 모두 지급하면 무려 8000만달러(873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앞서 미국 소비자 감시 단체인 컨슈머 워치도그는 지난해 12월 소비자들의 항의로 EPA에 현대자동차 엘란트라(아반떼)의 연비 재조사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지난 7월에는 2011년·2012년형 아반떼 모델의 연비가 실제보다 과장됐다고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현대차 미국법인은 이에 대해 “미국 정부와 저명한 자동차 전문지 3곳에서 시험한 결과 연비 효율은 실제와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답변했다.

이처럼 현대차 측의 입장 번복과 잘못된 연비 표기로 제품에 대한 신뢰도 하락뿐만 아니라 미국에서의 판매량까지 지장이 있을 전망이다.

아울러 보상 과정이 순조롭지 못할 경우 컨슈머 워치도그가 제기한 연비 과장소송에 더해 집단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K5, 배기가스 유입 파문 이어 엔진 멈춤 사고까지

국내에서는 기아자동차에서 제작 판매하는 K5가 지난해 배기가스 실내 유입현상으로 논란이 일으킨데 이어 잇단 엔진 멈춤 사고로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달 30일 K5 차량 연료센더의 장애로 엔진이 멈추는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연료센더 부품 교체를 권고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K5 차량에 연료가 없음에도 계기판에는 연료가 있는 것으로 표시되고, 이에 주유 시기를 놓치면서 엔진이 멈추는 사고가 발생한다”는 정보가 접수됨에 따라 사실 여부를 조사했다.

사실 확인 결과, K5 차량의 연료탱크 내 연료센더 기판의 전극부가 마모에 의한 장애로 계기판에 연료잔량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모는 전극부 경도(단단함)가 낮은 일부 제품에 가짜석유(「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제2조 제10호)를 사용했을 경우 발생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 의사와 관계 없이 주유소에서 일방적으로 ‘가짜석유’를 주유할 수도 있음을 감안, ‘엔진멈춤’ 사고예방을 위해 해당 차량의 연료센더를 개선품으로 교체해 줄 것을 기아자동차에 권고했다.

기아자동차는 소비자 안전 확보를 위해 한국소비자원의 권고를 받아들여 부품 공급업체를 변경해 경도(단단함)가 향상된 제품으로 연료센더를 교체해 주기로 했다.

교체 대상은 2011년 5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생산된 차량 2만945대로 기아자동차 서비스 센터를 통해 연료센더 교체를 받을 수 있다. 교체 기간은 2012년 10월30일부터 2013년 10월29일까지다.

앞서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K5의 배기가스 실내 유입현상으로 인해 무상수리 조치를 내렸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심각한 차량 결함을 리콜이 아닌 무상수리 조치 내린 것은 회사가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라며 불만을 터뜨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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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혜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