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에 처해 법정관리에 돌입한 STX팬오션 소속 선박들이 해외에 억류된 지 3주째 접어들면서 선박을 이용하는 업체들의 수출입 차질이 피해 규모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STX팬오션 선박을 통해 원료를 수입하고 제품을 생산하거나 국내에서 제조한 상품을 수출해온 중소기업체들이 난관에 봉착했다.
STX팬오션 측이 업체들을 대상으로 피해접수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당장 대기업 원자재 살리기에 급급한 형편이다.
철강업계와 제분업계는 운송물량이 많은 만큼 대량화물을 수송하는 STX팬오션의 벌크선을 이용해 왔다. STX팬오션은 벌크선을 이용한 대기업의 피해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 이 기업들에 대한 조기변제를 신청해 대기업 구제에 나섰다.
STX팬오션 측은 포스코, 현대하이스코 등 철강업체의 철강재, CJ제일제당, 대한제분 등 제분업체의 원맥(밀가루 원재료) 구명에 나선 점과 관련, 국가적으로 중요한 원자재와 변질의 우려가 있는 곡물에 우선권을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벌크선 가압류 해제에 중점을 두면서 억류된 다른 선박들을 이용한 중소기업들의 피해는 상대적으로 가중되고 있다. 원재료 수입이 중단되고 보유하고 있던 원료까지 바닥나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수출업체들 역시 수출물량을 납기일에 맞추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STX팬오션 선박들이 해외에 억류된 지 여러 주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피해 규모를 적극적으로 축소시키지 못하는 것은 법정관리 중인 STX팬오션이 법원의 허가를 통해서만 억류 선박들을 구제하는 비용 지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억류된 15척 가량의 STX팬오션 소속 선박들은 부두사용료, 유류비, 용선료 등에 대한 지급이 지연돼 가압류 상태에 이르렀다.
STX팬오션은 벌크선뿐 아니라 다른 선박들에 대한 구제책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으나 즉각 보상을 받을 방법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며 운영자금이 넉넉지 않은 중소기업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운영 기조로 내세운 창조경제는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을 육성·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대기업 구제에 우선을 두면서 우수한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가진 중소기업들의 손실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은 여전하다.
정부의 창조경제 의미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난관에 처한 중소기업들의 구제 대책을 마련해 유명무실한 정책이 되지 않도록 적극 나서야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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