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민정 노출사고가 노이즈마케팅? “너희도 공범이야”
여민정 노출사고가 노이즈마케팅? “너희도 공범이야”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07.24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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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비평]여민정 노출사고로 본 한국 언론과 누리꾼의 현실

▲ 배우 여민정 씨@Newsis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지난 18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 도중 한 여배우의 드레스가 흘러내리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언론은 즉각 이 여배우의 특정부위를 강조한 사진이 담긴 기사를 내보냈고 누리꾼들은 클릭했다. 각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에 여배우 이름이 올랐다. 사건은 확대 재생산됐다. 배우 여민정(본명 김민정) 씨 노출 사고 얘기다.

다음은 당시 언론사 기사제목이다. <‘노출사고’ 여민정은 누구? ‘러브스위치’ 男心 올킬녀.. AV 영화도 출연> <여민정 노출사고, 레드카펫은 청소년관람불가?!> <‘가슴 노출 사고’ 여민정에 네티즌 “고의 아냐?” 의심> <여민정 대형 노출사고 “벗기 위한 레드카펫인가”>

한 누리꾼은 자신의 블로그에 <여민정 사건으로 본 우리나라 연예인의 뜨는 방법>이란 글을 올리며 “여자 배우가 주목을 받기 위해선 노출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었나 보다”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낸 뒤 “이런 배우들은 잠시 이슈는 되지만 그 이후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누리꾼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코미디언 남희석 씨는 지난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여민정 노출사고’를 겨냥한 듯 “레드카펫이 어쩌다 노출 경연장이 되어버린 거야”라며 “이걸 없애려면 파란 카펫으로 바꿔야 해. 아니면 그냥 막 시멘트 길로…”라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여민정 사건, 언론과 누리꾼의 ‘독심술-관음증’ 합작품

급기야 여배우 드레스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SBS <8시 뉴스> 김성준 앵커는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난 문화에 대한 규제는 적을수록 좋다고 생각하지만, 규모 있는 영화제에서는 여배우들의 드레스 어깨끈 강도에 하한선을 두는 규제는 했으면 좋겠다. 번번이 벌어지는 해프닝이 안쓰럽고 지루하고 불쾌하다”고 밝혔다.

그들의 불쾌감이 불편하다. 언론도 누리꾼도 ‘계도주의 오류’에 빠졌다. 마냥 꾸짖기만 한다. 이들의 주장은 이렇다. 무명배우인 여민정 씨가 소위 ‘뜨기’ 위해 섹시마케팅에 나섰다는 것. 섹시 콘셉트로 노이즈마케팅에 나선 여민정 씨가 성(性) 상품화를 부추겼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독심술’이다. 누리꾼들은 당시 동영상을 보면서 여민정 씨 노출에 ‘고의성’이 담겼다고 하나, 이것은 어디까지 정황에 따른 추측일 뿐 사실이 아니다.

여민정 씨가 의도적으로 노이즈마케팅에 나섰다고 해도 무명배우가 섹시 마케팅을 할 수밖에 없는 연예계 구조나 사회 분위기를 꼬집었어야 했다. 불평등한 사회 구조에는 무관심한 이들이 단지 ‘노출’이란 현상에만 급급한 채 한 여배우의 인격을 성 상품화와 동일시할 수 있나.

언론은 여민정 씨 노출로 클릭 수 장사를 통해 ‘광고수익’을 얻고, 누리꾼은 오늘도 ‘노출사진 찾아 삼만리’를 하고 있다. 섹시 마케팅은 한 배우의 잘못이기 이전에 클릭 수 장사에 나선 언론사와 노출사진 찾기에 바쁜 대중들의 합작품이다. 우리 모두 공범이라는 얘기다.

우리의 말초적 욕구와 공영성이 메말라버린 언론이 어디까지 하이킥을 날릴지 두고 볼 일이다.

여민정 씨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무명에 신인 여배우인 나, 남들처럼 좋은 드레스 입고 싶었지만”이란 제목의 기고를 <오마이뉴스>에 남겼다. 그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 중이다.

“저는 소속사도, 무엇도 없는 무명 신인입니다. 노출은 의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가슴을 고정하느라 테이프를 감아 놓아서 다른 느낌도 안 났습니다. 드레스 때문에 속옷을 챙겨 입지 못하니 미리 붙여 둔 근육통 치료용 테이프였습니다. 다른 여배우들이 그렇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배우들이 '공사'를 할 때 비슷한 처치를 한다는 생각이 나서 제가 그렇게 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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