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도, 스튜어디스도 섹슈얼리티를 판매하는 노동자다"
"아이돌도, 스튜어디스도 섹슈얼리티를 판매하는 노동자다"
  • 공은비 기자
  • 승인 2013.01.06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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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1탄]성(性) 노동자 김연희, 이혜리

▲ 성 노동자 김연희(왼쪽)씨와 이혜리(오른쪽)씨

[에브리뉴스=공은비 기자] 성매매금지법이 시행된 지 8년이 지났다. 하지만 애초의 취지와는 다르게 성문화는 더 음지로 퍼져 성행중이다. 

이렇다 보니 '성매매 금지법’이 누구를 위한 법인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 논란의 중심엔 성매매에 종사하는 일명 '성 노동자'들이 있다.

<에브리뉴스>는 지난해 12월 24일 성 노동자 권리모임(GG : Giant Girls)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연희(26)씨, 이혜리(34)씨를 만났다. 유흥업소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이유와 성 노동자의 애환 등에 대해 3시간여에 걸쳐 심층인터뷰를 가졌다.

▲ 기자 = 성 노동자 권리모임 'GG'는 어떤 단체인가.

김연희(이하 연희) = 여러 활동을 통해 성노동자들의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으로 제반의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권리를 지지하고 지원하고자 하는 모임이다. Giant Girls(GG)의 뜻과 성노동자들의 권리를 지지하고 성노동자를 서포트(support)한다는 뜻의 ‘持志’ 두가지 뜻을 다 가지고 있다.

▲ 기자 = '성 노동자'를 정의한다면.

이혜리(이하 혜리) = 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 일반적으로 ‘돈 받고 성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 기자 =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연희 = 바(Bar)에서 일한 게 계기가 됐다. 손님과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서 양주와 맥주를 권하고 대화하면서 판매하는 일을 했다. 거기서 술을 같이 마실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위경련, 위염 등으로 몸이 많이 상했다. 업주는 내가 조금만 힘든 기색을 보이면 나오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술을 마시는 것만 제외하면 바에서 하는 일은 재미있었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손님의 반응이 달라지고, 판매하는 (술의) 양도 달라져 매출에 큰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술은 마시지 않으면서 이런 식으로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던 중 '손님과 함께 대화만 해주면 된다'는 단란주점 광고를 보고 업소를 찾아 갔는데 거기가 집창촌 이었다.

처음에는 놀랐고 무서웠다. 어둡고 빨간 조명에 유리문. 우리가 공포감을 가지고 있던 그런 곳이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울고 있는데 같이 일하는 이모(동료 여성들을 부르는 명칭)들이 따듯하게 챙겨주더라. 그렇게 얼떨결에 시작했다.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그 곳이 어디든, 처음으로 따듯하게 대접받는 느낌이었고, 고용자와 피고용자가 동등한 위치에 있는 느낌이었다.

혜리 = 이혼을 해서 혼자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양육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곳이 없었고 혼자 감당해야 했다.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고나면 식당에서 일하고, 이것저것 아르바이트도 해봤다. 하지만 아이들을 돌보기엔 시간도 맞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굉장히 힘들었다. 그러던 차에 연희의 권유로 이 일(유흥업소)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됐다.

선뜻 시작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힘든 상황에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서 시작한 것도 있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시간 조절도 훨씬 더 수월해 아이들을 돌보기에 좋았고 부끄럽지 않은 ‘내 일’이라는 자각을 하게 되면서는 최선을 다했다.

▲ 기자 = 다른 일을 해본 적은 없나.

연희 = 스물한 살에 대학을 들어가면서부터 일을 시작했다. 소비가 많은 편이 아니라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집에서 나온 후에는 혼자 모든 걸 해결해야 했다. 그래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부터 PC방 카운터, 학원 강사 등 여러 가지를 다 해봤다. 돈이 모이지 않는 건 차치하고 일한만큼 당연히 돈을 받아야 하는데 그것조차 잘 지켜지지 않았고 제일 힘들었던 건 사용자가 피고용자를, 일하는 사람을 너무 함부로 대하는 부분 이었다.

천식, 비염 때문에 PC방에서 일을 할 때는 굉장히 힘들었다. 담배연기 때문에 콜록거리면 (업주가) 그럴 바에는 나오지 말라고 했다. 사람이 일을 하다보면 아플 수도 있고 컨디션이 안좋은 날도 있는 건데... 인간적인 대접을 받지 못했다. 아르바이트 때문에 학교 다니기도 힘들어졌다. 일을 하다보니 사회가 정말 각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혜리 = 의상디자인을 전공해서 관련된 일을 했었다. 그러다 결혼을 해서 그만두게 됐다.

▲ 기자 = 지금은 어디서 일하고 있나.

연희 = 안마시술소에서 일한다. ‘탕’이라고도 한다. 손님이 오면 씻겨주고 마사지를 해준다. 그리고 ‘연애(성관계를 지칭)’를 한다. 일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집창촌 같은 경우는 마사지를 따로 안한다. 안마시술소에서는 전신 애무 등을 해주는 일명 ‘바디를 탄다’고 말하는 서비스를 해준다.

혜리 = 연희가 일했던 같은 곳에서도 일했고 부천 쪽에서도 비슷한 일을 했다. 지금은 건강상의 이유로 잠시 쉬는 중이다.

▲ 기자 =  유흥업소라고 하면 일반인들은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거나, 또는 본인 의지로 시작하더라도 빚을 많이 지게 돼 헤어 나올 수 없는 곳이라는 인식이 많다.

연희 = 어떠한 경우든 예외가 있고 과장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인신매매 당해 새우잡이 배에 잡혀가서 일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자. 우리는 여기서 인신매매 자체에 대해서는 범죄로 여기지만 그 새우잡이 일, 어업 자체를 폄하하지 않는다.

설령 ‘새우잡이 배’가 새우를 잡는 일이 아니라 다른 일로 강제된다고 해도, 그 인신매매 행위 자체를 비판하고 규제해야지, 그 배경이 되는 노동 환경이나,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폄하할 수는 없다.

하지만 본인 의지로 시작해 계속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오히려 그런 외부의 오해들과 시선이, 일하고 있는 당사자들에게 폭력이 될 수 있다. 그 부분은 ‘인신매매’의 문제로 다뤄야지 ‘성매매’의 문제로 다룰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기자 = 일반적인 직장인들이 일해서 버는 돈보다 더 많이 돈을 버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도 왜 빚을 많이 지는지 궁금하다.

연희 = 같은 일을 하고, 같은 금액을 벌어도 소비 패턴은 모두 다르지 않나. 아껴서 저축하는 사람도 있고 넘치게 써서 부족한 사람도 있다. 쉽게 번다고 생각해서 더 쉽게, 많이 쓰면 빚을 지는 거고, 다른 일로 버는 돈으로는 본인의 소비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판단하면 그냥 그렇게 일 하는 것 아닐까. 모든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다. 노동강도와 받는 돈, 그 외 본인의 가치를 고려해서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다.

어느 소수의 경험을 일반화 시킬 수 없는 것처럼, 이 직업으로만 한정해서 특수하게 볼 필요 없이 ‘그런 경우도 있구나’ 하고 보면 되는 것 같다.

▲ 기자 = 키스방, 귀청소방 등 변종 업소가 성행하고 있다.

연희 = 우리가 하는 업종만 성매매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성을 판매하는 일. 스튜어디스, 아이돌.. 그리고 일반 음식점 카운터만 해도 예쁜 여자를 고용하려고 하고 목소리 좋은 사람 쓰려고 한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또다른 젠더든 모두가 섹슈얼리티를 전시하고 판매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넓은 의미로는 거의 모든 서비스 업종들이 성을 매매 한다고 생각하고, 좁게는 우리처럼 손님과 신체접촉을 가지고 ‘사정’을 유도하는 일. 그렇기 때문에 업종이 다르다고 크게 다르게 생각하지 않는다.

혜리 = 그런 입장들이 있다. ‘성매매’로 불리는 같은 입장인데도 직접 손님의 몸에 사정을 하느냐 마느냐, 그거에 따라서 창녀다, 아니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처럼 실제 일을 하는 사람도 그렇고 이 일과 관련 없는 사람들도 그렇게 나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더라.

한번은 수원에 ‘건마(건전 마사지)’에서 일하는 분을 만났다. 그 곳에서는 직접적인 성행위를 하는 게 아니라 유사성행위(손으로 사정 유도)를 한다. 그 분은 '나는 적어도 직접적으로 섹스를 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면서 우리와 본인을 분리하더라. 그래서 본인은 떳떳하다고 했다.

섹슈얼리티를 전시하고, 섹슈얼리즘을 강조해 판매로 연결하거나 직접 파는 것. 앞서 말한 것 처럼 다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어느 선까지 성매매로 볼 것이냐, 성 판매로 볼 것이냐. 그 경계가 있기는 한 것인가 싶다.

▲ 기자 = 일의 특성상,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외모에 지출하는 비용이 클 것 같다.

연희 = '너희들은 옷값이나 화장품에 돈 많이 쓰고, 명품백이나 사고. 그래서 그 생활에서 못 벗어나는 것 아니냐.' 트위터에서 누군가 나에게 한 말이다.

외모에 쓰는 돈이 많다는 것도 사람에 따라 다르다. 일반화해서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 다 그런 건 아니다.

혜리 = 오히려 연희같은 경우에는 내가 옷 좀 사라고 말한다. 연희한테 내가 장난으로 ‘거지’라고 부른다. 하도 옷을 안사서. 어떨 때는 겨울에 ‘삼선슬리퍼’를 신고 다니더라. 연희는 옷 사는데 별로 관심이 없다. 키우는 고양이들 밥 사주는 데 오히려 돈을 많이 쓴다.

또 한가지 예로, 화장품 값 우리는 정말 안 쓴다. 특히 연희는 일년내내 12000원짜리 저렴한 브랜드 스킨로션세트 샀던 게 전부다. 메이크업 제품도 어쩌다 세일 할 때 팩트랑 비비, 그것도 내가 선물해 준 게 전부다.

헤어숍? 헤어숍은 무슨. 머리도 내가 잘라주거나 어쩌다 한 번 간다. 우리는 둘 다 워낙 그런 것들에 관심이 없다. 명품백도 관심 없고. 일부 성 노동자들의 사치스런 생활을 전체로 일반화 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연희 = 근데 중요한건, 본인이 버는 돈으로 본인이 쓰는 건데. 외모 가꾸는 데 많이 사용하든, 어디에 사용하든 그게 왜 누군가에게 비난 받아야 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 기자 = 섹슈얼리티를 판매하는 일이라면, 나이가 들면 하기 힘들 수도 있겠다.

연희 = 나이가 들면 일하는 업장이 바뀌고 보수가 바뀌는 것뿐이다. 계속 일할 수 있다. 실제로 ‘여관바리’에서는 할머니들도 일하고 있다. ‘여관바리’는 성관계를 하도록 성 노동자를 제공해주는 모텔이나 여관을 말한다.

혜리 = 사실 드러나 있고, 사람들이 보기 원하는 게 젊고 예쁜 20대여서 그렇지 업장마다 사실 나이층이 다르다. 여러 명이 오면 사람 머릿수로 맥주 한 병씩을 주고 노래방에서 놀고 ‘연애’로 이어지는 곳을 ‘방석집’이라고 하는데 이 곳의 경우는 40대 아주머니들도 많이 일한다. 안마는 20대에서 30대가 주로 일한다.

▲ 기자 = 이 일을 하면 건강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것 같은데.

혜리 = 산부인과적인 관리는 많이 하는데, 오히려 체력적인 관리가 힘들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만 손님이 오는 것도 아니고 일정하게 쉬는 시간을 두고 손님을 받는 것도 아니니까. 그러다 보니 자고 싶을 때 잘 수도 없다. 일 하는 시간이 길어지기도 하고 불규칙적이다 보니 건강한 생활을 하기는 힘들다.

연희 = 나는 호흡기가 좋지 않은데 일하는 곳에서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다. 같이 일하는 언니들도 그렇고 손님들도 담배를 많이 피운다. 환경적인 면에서도 건강관리에 어려운 점이 많다.

혜리 = 정서적으로도 힘들다. 감정노동이 굉장히 심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쨌든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하는 일이다보니 감정적으로 소모가 크다.

<2탄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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